이직후 3개월 뒤 쓰는 첫 스타트업 회고
머리말
어린아이가 부모로부터 세상의 모든것을 배우듯 첫 회사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거의 모든것을 배웠다. 프론트엔드 개발부터, 제품, 애자일, 그들이 일하는 방식, 마인드까지.
한곳에서 고작 2년의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것들을 꾹꾹 눌러 내안에 쌓아올렸다. 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마치 5년, 10차 되는 시니어인것 마냥 당당하게 일하고 있다. 자기가 시니어인줄 아는 쥬니어.
첫회사를 떠난뒤 3개월이 지나고서야 지난 2년의 기억을 꺼내어 정리할 용기가 생겼다. 기억이 미화된 것일까..? 지금부터 희미해진 기억의 먼지를 털어 들여다 보려고 한다.
1인분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21년 5월에 처음 자바스크립트를 알게되었고 11월에 개발자가 되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겨우 리액트가 적응되었을 즈음 당당히 뛰어들었으나 그건 내가 알아야 하는 것 100가지 중 한가지에 불과했다. 개발자 생활은 어리바리의 연속이었다. 디자이너가 하는 말들은 외계어로 들리고, css는 어찌나 어려운지 coo, cto, po,pm…? 저사람도 개발자인가? 왜 다들 부장님, 팀장님이라 안하고 영어를 쓰는건지… 정신차려보니 3인분을 해도 모자랄 스타트업에서 1인분도 못하고 있는거 같아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ss는 퍼블리셔나 하는 업무 아니야?
나는 개발을 하는 사람이야.
퍼블리싱을 시키는 회사는 가지말것
부트캠프 시절 어디서 주워들은 이상한 생각들은 다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결국 나의 업무는 회사 메인프로젝트에서 백오피스로 변경되었다. 스타트업에서 css도 제대로 못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그야말로 실무능력이 없는 개발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라는 마인드에 집중하였다. 퇴근후에는 나의 취약점인 css능력을 기르기 위해 각종 사이트를 클론하며 css를 연습하였다. 회사에서는 맡고있는 백오피스를 최대한 잘 마무리 짓는데 집중하였다.
그 후 프론트엔드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되었는데, 나에게 무언가 맡겨졌음에 감사함을 가지고 이또한 무사히 완수하는것에 집중하였다. 몇 개월뒤 데이터 작업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들은 추후 회사가 데이터기반 의사결정을 하는 방향의 기반이 되었다. css도 제법 할줄 알게되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곧잘 만들게 되었다. 결국, 제품 데이터를 제일 잘 아는 개발자라는 이유로 회사의 메인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할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니, 팀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고, 1인분 이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개발자, 잘하는 개발자,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 짧은 시간동안 N명의 팀원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갖게된 생각
새로운 동료가 합류하게 되면 새로운 아키텍쳐, 새로운 기술 등과 같은 신문물도 함께 온다. 그런 경우 기존방식, 기존 코드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깃을 통해 떠난 동료의 발자취가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많은 팀원들이 새로오고 떠나길 반복하고,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다 보니 결국에 일반적인 현상이며, 절대적인 사실이 아니라는점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의견들에 흔들리지 말것. 개발엔 답이 없고, 그래서 어떠한 면에서 이 기술이 좋다, 이 코드가 좋다는 각자의 경험안에서 만들어진 개인적 취향에 가깝다는걸. 그래서 각자가 좋다고 믿는 기술, 옳다고 믿는 기술이 누구한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회사마다,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한것이다. 그러니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방식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틀린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작업을 하였는지 알아야 한다.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식이었을 수 있다. 현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좋다. (물론 정말 문제가 있는 것들도 있었다.)
나도 차차 경험이 쌓이게 되면 내가 선호하는 방식과 취향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내가 가장 잘하고, 편안한 방식을 경계해야한다. 고인물이 되는 지름길일 수 있다. 만약 힘들다고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이 팀을 떠났더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분이 오실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었고 나의 이력서는 더욱 화려해 질 수 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팀에 합류했을 때의 나의 태도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새로운 팀에 합류하면 기존에 있는 분들의 경력이 나보다 짧던 길던 (아직은 대부분 나보다 많다.) 나보다 현 제품에 대해 더 잘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개발방식이 나와 다르더라도, 무작정 바꾸려 하기보다 제품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Why에 대해 많이 질문할것. 그리고 함께 조율해 나갈것. 그리고 녹아들것.
좋은 리더와 좋은 팀원
다양한 모양의 리더분들을 만나면서 항상 느꼈던 감정이 있다. 어휴 나는 못하겠다. 개발자로서 커리어 하이가 CTO라면 내 길은 아니다. 기술조직을 이끌고, 비개발직군을 설득하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먼훗날 내가 리더가 된다면 이렇게 해야지 했던 것들이 있다.
팀원에게 다른 팀원의 이야기는 삼가할것. 코딩을 하지 않더라도, 개발에 대한 전문성은 꾸준히 갈고 닦을것. 팀원을 소중히 여길것. 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스킬이다.
또한 다양한 모양의 리더분들을 만나면서 팀원으로서 피드백 받은 것도 있다. 그라운드 룰과 컬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것.
피드백을 받기 이전에는 내가 맡은 개발 업무만을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컬쳐를 만드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됨을 깨닫게 되었다. 피드백을 받는다는건 나의 성장을 위한 굉장히 적극적인 행동인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마무리
말 그대로 start-up인지라 서로가 서툴고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열정만큼은 꽉차있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건 말도많고, 탈도많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팀에서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모두 끌어다 최선을 다해본다.
아듀! 전직장